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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그날 제 손으로 티켓팅을 망쳤습니다. 대기번호 3만 번대였는데 엄마가 청소하다 멀티탭을 건드렸고, 컴퓨터가 꺼지면서 순식간에 230만 번으로 밀려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때 이후로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이 왜 이렇게 전쟁이 됐는지, 그리고 그 피해가 오롯이 팬에게만 돌아오는 구조가 왜 바뀌지 않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티켓팅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진 이유가 뭘까요

2024년 세븐틴 팬미팅 콘서트 티켓팅을 직접 경험해 보니, 대기열에 제 뒤로 약 200만 명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세븐틴이 인기 절정이던 시기라 유독 더 심하기도 했지만, 이게 단순히 팬이 많아서만 생기는 현상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암표상(ticket scalper)입니다. 암표상이란 티켓을 정가에 대량 매입한 뒤 웃돈, 즉 프리미엄(premium)을 붙여 되파는 사람이나 업체를 말합니다. 이들이 티켓팅 시작과 동시에 자동화 프로그램을 돌려 표를 쓸어가기 때문에, 실제 팬이 정가로 표를 구하는 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중간 업자의 등장입니다. 대리 티켓팅 업체가 생겼고, 아이디 이전(ID transfer) 서비스라는 것도 등장했습니다. 아이디 이전이란 티켓에 인쇄된 구매자 이름을 양수자 이름으로 바꾸기 위해, 기존 티켓을 취소하고 다른 계정으로 재티켓팅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성공률이 높지 않고, 취소 순간 다른 사람이 가로채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비용도 건당 10만~20만 원을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본인 확인 후 수령하는 입장 팔찌를 떼어 재접착해 주는 업자도 트위터에 버젓이 활동 중입니다. 건당 1만 원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제 거로 들어가는 공연인데도 스태프가 팔찌를 만져보는 순간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경험, 정말 황당하고 슬펐습니다.

  • 암표상: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티켓 대량 매입 후 프리미엄 부과
  • 대리 티켓팅 업체: 티켓팅 자체를 수수료 받고 대행
  • 아이디 이전 업체: 양도 티켓의 명의를 바꾸기 위한 재티켓팅 시도
  • 팔찌 재접착 업체: 본인 확인 완료 팔찌를 양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
요약: 암표상과 중간 업자 생태계가 겹치면서, 팬이 합법적으로 표를 구하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 비용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본인확인 제도, 팬을 위한 제도가 맞긴 한 건가요

본인확인 제도(real-name ticketing system)는 말 그대로 티켓 구매자와 실제 입장자의 신원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도입 취지는 명확했습니다. 암표상이 대량 매입 후 전매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제가 경험하고 주변을 지켜본 결과, 이 제도가 실제로 암표상을 막고 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암표상들은 이미 아이디 이전 업체, 팔찌 재접착 업체 같은 우회 수단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선의의 팬들이 양도를 받으려면 명의 이전 비용에, 팔찌 처리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암표상은 살아남고, 팬만 돈이 더 나가는 구조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공연 티켓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암표 거래나 사기 양도가 주요 유형으로 꼽힙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연산업 실태조사에서도 티켓 불법 전매 문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제 생각에 본인확인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보다는, 오히려 팬이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공식 양도 시스템을 마련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입니다. 임영웅 콘서트에서 쿨링 대기 공간을 마련하고 무료 우비를 나눠줬다는 사례처럼, 팬을 고객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제도 설계에서도 먼저 깔려야 합니다. 젊은 팬층 공연에서 그런 배려가 유독 없다는 점은, 제가 직접 보고도 씁쓸했던 대목입니다.

요약: 본인확인 제도는 암표상 억제에 실패하고 팬의 양도 비용만 높였습니다. 공식 양도 시스템 도입이 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팬은 호구가 아니라 고객입니다. 아이돌 산업은 뭘 바꿔야 할까요

제가 230만 번 대기번호를 받고 나서 결국 표를 구한 건, 티켓팅 때 트위터에서 알게 된 팬 친구 덕분이었습니다. 본인이 양일권을 잡았는데 개인 사정으로 하루만 갈 수 있다며 저에게 양도해 줬습니다. 회사가 마련한 시스템이 아니라, 팬들끼리의 연대로 간신히 공연장에 들어간 겁니다.

팬덤 경제(fandom econom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팬덤 경제란 아이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비 생태계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음반·공연·굿즈·팬미팅 등 팬의 소비가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된다는 뜻입니다. K팝 산업은 이 팬덤 경제 위에 성립합니다. 그런데 그 소비층의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10대, 20대라는 사실을 기획사가 모를 리 없습니다.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서 직접 보니,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단차 구역과 수어 통역사가 별도로 배치돼 있었습니다. 국내 공연장에서 휠체어석은 앞사람이 일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조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컸습니다. 팬을 소비자로 온전히 존중하는 환경 설계가 얼마나 다른지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이돌 산업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결국 팬이 오래 머물고 싶은 생태계를 만드는 데서 나옵니다. 지속 가능성이란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적으로 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적 체력을 뜻합니다. 팬을 ATM 취급해서 단기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결국 덕질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이탈(churn)을 가속시킵니다. 이탈이란 기존 소비자가 서비스나 브랜드를 떠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금 당장은 표가 다 팔리더라도, 팬이 지쳐 떠나는 속도가 새로 유입되는 속도보다 빠르다면 산업 전체가 흔들립니다.

  • 공식 티켓 양도 플랫폼 운영: 암표상 없이 팬끼리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창구
  •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 환경 확대: 휠체어석 단차 확보, 수어 통역 제공
  • 대기 환경 개선: 쿨링 공간, 우비 등 기본적인 팬 편의 시설 마련
  • 과잉 앨범 발매 자제: 환경 부담과 팬의 경제적 압박을 함께 낮추는 방향
요약: 팬은 감정이 있는 고객입니다. 기획사가 단기 수익보다 팬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이돌 산업의 진짜 지속 가능성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표상 신고는 어디에 하면 되나요?

A. 인터파크, 멜론티켓 같은 예매 플랫폼에 직접 신고하거나, 한국소비자원(1372)에 피해 접수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팬들이 직접 업자의 판매 게시글을 캡처해서 신고하는 경우가 많고, 회사가 먼저 나서서 잡는 사례는 아직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Q. 아이디 이전(명의 변경) 업체를 이용하면 입장이 가능한가요?

A. 성공률이 낮고 취소 순간 다른 사람이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용도 건당 10만~20만 원 수준이라 부담이 크고, 실패 시 환불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Q. 본인확인 제도가 있으면 양도 티켓으로 입장이 불가능한가요?

A. 공연마다 다르지만, 본인확인 제도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우 티켓에 인쇄된 이름과 신분증이 일치해야 입장 팔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도자가 대신 본인 확인을 받고 팔찌를 넘기는 방식이 생겨났는데, 이 역시 현장에서 적발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Q. 취소표는 어떻게 잡을 수 있나요?

A. 공연 당일 또는 환불 마감일 직전에 취소표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암표상들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취소표까지 빠르게 낚아채기 때문에 일반 팬이 손으로 잡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예매 플랫폼의 새로고침보다 빠른 경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론

컴퓨터가 꺼지던 그 순간부터 230만 번 대기번호를 받고 주저앉아 울던 그 오후까지, 저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의 공연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암표상을 법으로 완벽히 차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기획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팬이 안전하게 양도받을 수 있는 공식 통로를 만들고, 공연장에 오는 사람을 고객으로 대우하는 것입니다.

덕질은 삶의 낙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다시 그렇게 즐기고 싶습니다. 팬을 호구가 아닌 사람으로 보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며, 지금 티켓팅을 앞두고 있는 분들도 부디 좋은 방법으로 공연장에 들어가셨으면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AormcRd_uD0?si=IPHFOfxQbLI3cE9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