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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아이돌을 탈덕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탈덕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어느 날 문득 최애 사진을 넘기면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서야 비로소 끝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탈덕이란 결국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먼저 떠나버리는 일이더라고요.
탈덕 계기 — 왜 마음이 떠나는가
탈덕(脫德)이란 특정 아이돌이나 그룹에 대한 팬 활동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더 이상 그 대상을 팬으로서 응원하지 않는 상태로 전환되는 것인데, 그 계기는 사람마다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탈덕 계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돌의 사회적 물의나 스캔들처럼 외부적 사건에 의한 경우고, 다른 하나는 아이돌 본인이 변했거나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가는 경우입니다. 전자는 팬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탈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후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제 최애가 어느 순간부터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변해갔고, 저는 그게 일시적인 변화라고 믿으며 기다렸습니다. 콘서트도 가고, 스트리밍(스밍)도 하고, 앨범도 사고, SNS에 직접 그린 그림도 계속해서 올렸습니다. 여기서 스밍이란 특정 음원을 반복 재생해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는 팬덤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도 언젠간 돌아오겠지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반년이 가고 1년이 지나고, 결국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최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저는 그걸 지켜보는 게 힘들었습니다.
- 공백기(활동 없는 기간)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돌로 관심이 이동하는 경우
- 콘서트 현장에서 갑자기 흥미를 잃어버리는 등 감정적 단절이 오는 경우
- 팬싸인회(팬 사인회)처럼 다른 그룹의 팬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입덕이 되는 경우
- 최애의 음악적 방향성이나 외적 이미지가 달라지면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
팬덤 심리 — 알면서도 못 떠나는 이유
탈덕을 결심했는데도 실제로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보다 훨씬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팬덤 심리 연구에서는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파라소셜 관계란 TV나 SNS 등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친밀감으로, 실제로 상호작용이 없어도 마치 가까운 사람처럼 느끼게 되는 심리적 유대를 의미합니다. 이 관계가 깊어질수록 팬은 대상과의 연결을 끊는 것을 실제 이별과 유사한 감정적 고통으로 경험하게 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 최애가 과거에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고 팬들은 새들이다. 팬들이 원할 때 언제든 쉬어가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오히려 저를 더 오래 붙잡았습니다. 최애가 거기 있는데 내가 먼저 떠나는 게 이상한 일처럼 느껴졌던 거죠.
탈덕을 당한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말이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내 의지로 떠나는 게 아니라 감정이 먼저 없어진 뒤에 비로소 탈덕이 완성되는 구조라서, 결국 팬이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아이돌의 연애나 결혼 소식이 탈덕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자주 거론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응원하겠다는 입장과 탈덕하겠다는 입장이 공존하는데, 팬들 사이에서 주로 논의되는 건 사실 연애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의 공지 방식입니다. 오랫동안 팬으로서 응원해 온 입장에서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공지는 섭섭함을 남길 수 있다는 의견에 저는 공감이 갔습니다.
덕질 마무리 —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
제가 완전히 탈덕을 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은 생각보다 아주 조용했습니다. 오랜만에 최애 근황 사진을 우연히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눈물도 없고, 화도 없고, 그냥 아무 감정이 없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끝났구나, 하고요.
덕질(특정 대상에 열정적으로 팬 활동을 하는 것)이 끝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이번에 몸으로 배웠습니다. 어떤 분들은 콘서트장에서 갑자기 지루함을 느끼며 그날 바로 탈덕을 결심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다른 아이돌 팬 이벤트에 따라갔다가 자기도 모르게 새로 입덕이 되기도 합니다. 탈덕에 정해진 모양은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팬덤 활동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팬덤 내 이탈과 유입은 아이돌 산업의 자연스러운 생태계 순환으로 분석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쉽게 말해, 팬이 생기고 떠나는 일은 아이돌 산업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고, 탈덕 자체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탈덕을 결심해도 한동안 과거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게 되는 게 꽤 오래 갑니다. 최애 콘서트 티켓팅조차 하지 않았던 날, 아무 감정이 없었던 그날이 오히려 탈덕의 진짜 시작이었습니다. 티켓팅이란 콘서트나 행사 티켓을 온라인에서 빠르게 구매하는 팬덤 활동의 핵심 이벤트인데, 그걸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저한테 굉장히 낯선 일이었습니다.
최애를 향한 마지막 말을 남기는 것도 탈덕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잘 지냈으면 좋겠고, 내가 떠난다고 해서 그게 네 탓만은 아니라는 것. 저도 그런 마음으로 조용히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탈덕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억지로 탈덕을 결심한다고 바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저도 1년 반 동안 탈덕하려 했지만 결국 감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순간이 와서야 정리됐습니다. SNS 계정을 잠시 멀리하거나 다른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탈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최애가 연애해서 탈덕하는 게 이상한 건가요?
A.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팬덤 내에서도 연애 자체를 응원하겠다는 입장과 탈덕하겠다는 입장이 공존합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연애 소식 자체보다 공지 방식이나 그 타이밍에 더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팬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느 쪽이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탈덕하고 나서 허전한 감정은 어떻게 다스리나요?
A. 저는 탈덕 후 허전함보다 오히려 아무 감정이 없다는 게 더 낯설었습니다. 무언가 오래 좋아했던 대상이 사라지면 일시적으로 공백감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억지로 채우려 하기보다 그 감정 자체를 좋은 추억으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탈덕 후 다시 입덕하는 경우도 있나요?
A. 충분히 있습니다. 재입덕이라고 부르는데, 공백기가 길었던 아이돌이 컴백하거나 새 활동으로 주목받을 때 다시 팬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탈덕이 완전한 끝이라기보다 관계의 형태가 바뀌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
탈덕이란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 먼저 결정하는 일이라는 걸, 이번 경험으로 확실히 느꼈습니다. 제 최애한테 화가 나서 탈덕을 한 것도, 무슨 사건이 터져서 탈덕을 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사진 한 장에 아무 감정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게 이미 끝이었습니다.
아이돌도, 팬도 서로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입덕과 탈덕은 아이돌 산업 안에서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내가 떠난다고 해서 최애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내 마음이 식었다고 해서 그 시간들이 없었던 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맞는 마무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