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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제가 첫 눈에 반한 그 사람 입니다

아이돌에 무지했던 시절

일단 나는 2023년도에 최애와 처음 만났다. 원래 아이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이었다. 관심도 없었고, 진짜 유명한 그룹들(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빼고는 그룹명도, 멤버 이름도 몰랐다. 내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길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

그러던 어느 날 최애한테 첫눈에 반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어떤 가게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하필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빨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 가게를 지나쳤지만, 노래 제목은 알고 있었기에 집에 와서 유튜브에 검색했다.

뮤비에서 처음 본 순간

보통 맘에 드는 아이돌 노래가 있으면 음원보다는 뮤비를 먼저 보는 편인데, 그날도 그 노래의 뮤비를 틀었다. 초중반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오, 잘생겼네" 정도의 생각만 하며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하이라이트 직전 갑자기 정적이 흐르더니 지금의 최애인 그 멤버가 화면에 등장했다.

그 느낌은 지금도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아마 그게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스타일도, 그 모습 자체도 너무 취향이어서, 솔직히 그때까지 내 취향이 정확히 뭔지 잘 몰랐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부분을 계속 돌려봤고, 뮤비를 다 본 후엔 추천 영상에 뜨는 비하인드 영상까지 클릭해서 봤다.

알아갈수록 놀라운 반전들

뮤비에서 비주얼만 봤을 땐 목소리가 엄청 저음일 줄 알았는데, 비하인드에서 들어보니 생각보다 목소리가 얇아서 좀 놀랐다. 그리고 한국인인 줄 알았던 그 멤버가 알고 보니 외국인 멤버였다. 전혀 이국적으로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또 한 번 놀랐다.

비하인드를 다 본 후엔 음악방송을 찾아봤고, 그다음엔 직캠까지 찾아봤다. 모든 무대가 취향이었고 노래도 좋았다. 그렇게 "얘 되게 괜찮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당시 자주 보던 틱톡에서도 검색을 했다. 몇 개 보면서 좋아요를 누르니 알고리즘이 그 그룹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빠지게 된 결정적 계기, 자컨

내가 좋아하게 된 그룹은 그때도 이미 연차가 꽤 찬 그룹이었기에 과거 영상이 굉장히 많았다. 음방 영상, 라이브 편집본, 자컨 하이라이트까지 계속 추천에 떴다. 넘겨보다 보니 점점 좋아졌는데, 최종적으로 완전히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자컨이었다. 진짜 웬만한 예능 못지않게 웃겼고, 모든 클립이 재밌어서 보다 보니 무대 위 모습과 현실 모습이 완전히 다른 갭 차이에 더 빠져들었다.

본격적인 덕질의 시작

그렇게 틱톡만 보며 좋아하다가 슬슬 중고마켓에서 포토카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땐 포토카드 종류를 하나도 몰랐고 알려주는 곳도 없어서, 그냥 예뻐 보이는 것들로 쓸어담았다. 트위터도 구독계정으로 하나 파고, 때마침 그 그룹이 컴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앨범도 그냥 쿠팡으로 샀다. 그렇게 처음으로 포카 교환도 중고로 해보면서 본격적으로 덕질을 시작했다. 생카도 가고, 굿즈도 사고, 콘서트도 가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왔다. 벌써 3년이나 좋아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보통 덕질을 시작해도 이렇게 오래 이어간 적이 없었기에, 이번 덕질도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힘들었던 시기, 그리고 위로가 된 덕질

아마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좋아하게 돼서 그런지 위로도 많이 받았고 에너지도 얻었다. 누군가는 아이돌 덕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큰돈을 쓰면서 몇 시간짜리 콘서트를 보러 가고, 종이 한 장을 돈 주고 사니까. 나도 입덕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이런 부류의 덕질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처음으로 티켓팅을 해봤고, 내 손으로 직접 티켓을 잡았다. 원래 집 밖에 잘 돌아다니지 않는 성격이라 나가서 할 일이 딱히 없었는데, 덕질을 시작하면서 콘서트도 가고 생일카페도 가고 팬들이 여는 이벤트 카페도 다니면서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게 됐다. 자기 돈을 써서 굿즈를 나눔 하는 장면도 처음 봤고, 첫 콘서트 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굿즈를 줘서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나도 내 돈을 써서 직접 나눔을 해봤다.

덕질을 안 했다면 살면서 마주칠 일이 없었을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서로 사는 곳은 멀지만 주기적으로 계속 만난다. 덕질 때문에 만나는 날도 있지만, 진짜 학교에서 사귄 친구처럼 영화도 보고 놀러도 간다. 온라인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현실 친구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때이기도 했다. 좋아했던 취미들에 점점 흥미를 잃었고, 의욕이 떨어져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날이 많았다. 학교 가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유난히 버겁게 느껴졌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성격도 예전보다 소극적으로 변하고,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최애와 이 그룹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돌아다니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지금은 성격도,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남들 눈치를 너무 살피고 시선을 의식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렸는데, 지금은 그렇게 눈치를 보지 않는다. 조금 더 대범해졌다고 해야 할까.

물론 덕질을 하면서 돈을 굉장히 많이 쓴 것도 사실이다. 한때는 정말 무리하게 덕질을 해서 한 달에 돈이 크게 나갔던 적도 있다. 그래도 2023년 그 시절에 입덕한 걸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내 최애한테 반할 거고, 좋아할 거다. 여기까지가 대충 내 입덕 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