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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총공팀이 개시한 스트리밍 리스트 (플레이리스트)

덕질인가 가내수공업인가? 컴백 때마다 영혼 갈아 넣은 음원·뮤비 스밍 고군분투기

덕질을 시작하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컴백하면 들리는 말이 있다. 바로 스밍(스트리밍)이다. 덕질을 처음 시작했다면 스밍이 무엇인지 당연히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스밍이 무엇이고, 왜 하는지, 하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해 작성해보려고 한다.

보통 일반인들은 음원 사이트에서 그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내킬 때 듣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아이돌 덕질을 하는 사람들은 컴백 기간마다 스밍을 한다. 스밍이란 스트리밍을 줄인 말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원 순위를 1위로 만들기 위해 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스트리밍 하며 순위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컴백 기간마다 팬들은 본인이 가진 모든 전자기기와 음원 사이트 계정을 동원해 24시간 스밍을 돌린다. 그럼 그냥 같은 노래만 계속 반복해서 틀어놓으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르는 영웅들, '총공팀'

보통 일반인들은 음원 차트 순위가 대중성만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명 '총공팀(스밍팀)'이라 불리는 팬들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다.

  • 100% 팬심으로 움직이는 무보수 노동: 이분들은 소속사 직원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팬들이 오직 '내 가수 잘되게 하겠다'는 팬심 하나로 본인들의 소중한 개인 시간을 쪼개가며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들이다.
  • 자금 모금과 계정 기부: 컴백이 임박하면 총공팀은 다른 팬들에게 스밍 지원금을 모금받고, 음원 사이트 공계정 아이디를 기부받는다. 그리고 차트 반영 기준(시간당 1아이디당 1회 스트리밍 등)에 맞춘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황금 비율 '총공 플레이리스트(플리)'를 제작해 트위터에 배포한다.
  • 정체불명의 '총공 타임': "오늘 저녁 9시 총공 갑니다!" 하고 총공팀이 시간을 정해 공지하면, 팬들이 일제히 약속된 플리를 재생하며 음원 차트에 화력을 집중한다.

"소리는 무조건 두 칸 이상!" 24시간 스트리밍

본격적인 컴백 주간이 시작되면 내 방 한구석은 미니 데이터 센터로 변신한다. 안 쓰는 옛날 스마트폰들을 충전기에 무한 연결해 둔 채, 오직 음원 앱만 돌아가는 스밍 전용 기계로 세팅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소리를 완전히 줄여놓는 '무음 스밍'도 차트에 반영됐지만, 요즘 음원 사이트는 무음 스밍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소리를 두 칸 이상 켜두어야 스밍 횟수로 인정해 주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유선 이어폰을 폰마다 꽂아두는 나름의 요령을 쓰게 된다. 낮에는 그렇다 쳐도, 밤새도록 같은 노래를 듣는 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뮤비 스밍'의 늪,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

음원만 돌린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뮤비 스밍) 역시 음악방송 점수의 큰 축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튜브 스밍도 동시에 돌아간다.

유튜브는 인위적인 반복 재생을 걸러내기 때문에 스밍 방법이 훨씬 까다롭다. 뮤비를 재생하고, 다른 영상을 몇 개 더 시청한 뒤, 다시 뮤비로 돌아오는 식의 번거로운 루트를 거치다 보면,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습관처럼 마우스를 클릭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이 모든 걸 팬들이 일일이 손으로 담고 세팅해야 해서 진입 장벽이 정말 높았다. 요즘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 음원 플랫폼 자체에서 '다 같이 노래 듣기'나 '플레이리스트 연동' 같은 기능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총공 플리를 일일이 검색해서 수동으로 담지 않아도, 총공팀이 만들어둔 연동 링크나 다 같이 듣기 방에 입장만 하면 스밍이 알아서 돌아간다. 덕분에 초보 팬들도 예전보다 훨씬 쉽게 스밍 총공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컴백 주기 겹치면 전쟁 선포: 팬덤 크기가 전부가 아닌 이유

이 스밍 전쟁의 정점은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 주기가 겹쳤을 때다. 이때가 되면 트위터와 커뮤니티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분위기가 된다. 보통 팬덤 수가 많으면 음원 성적이 압도적일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머릿수가 비슷하거나 조금 밀리더라도 팬덤끼리 얼마나 단단하게 뭉치느냐(단합력)에 따라 성적이 완전히 갈리기 때문이다.

  • 내국인 vs 외국인 비율의 변수: 해외 팬 비중이 너무 높은 팬덤은 유튜브 조회수나 글로벌 스포티파이 성적은 잘 나오지만, 본인 인증 장벽이 있는 국내 음원 사이트 성적은 상대적으로 밀리곤 한다. 반면 국내 팬 비중이 탄탄한 팬덤은 국내 음원 차트에서 굳건한 벽을 형성한다.
  • 팬덤 내 연령대의 변수: 10대(초등~중등) 팬 비중이 높은 팬덤은 화력과 기세는 좋지만, 정기 결제력이나 새벽 스밍(잠을 자야 하므로) 방어력이 뚝 떨어진다. 반면 2030대 성인 팬이나 고등학생 비중이 높은 팬덤은 결제력과 공기계 동원력으로 24시간 안정적인 차트를 구축한다.

이러한 팬덤 성향의 차이와 총공팀의 치열한 노력 끝에, 새벽 차트 순위가 단 1단계라도 오르고 내릴 때마다 팬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스밍 안 돌리고 뭐 하냐"는 독려가 이어진다.

마무리하며

누군가는 "돈 내고 노래 들으면서 왜 그런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컴백 주간이 끝나고 음악방송에서 내 최애가 1위 트로피를 거머쥐며 소감으로 "우리 팬들 너무 고맙다"라고 말해줄 때, 그간의 피로와 수면 부족은 눈 녹듯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