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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콘서트 공지가 올라왔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나서 처음으로 열리는 콘서트였기 때문에 이번엔 무조건 가야만 했다. 친구들이 사는 지역이 전부 달라서 평소엔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콘서트 일정이나 오프라인 행사가 있는 날에만 겨우 뭉칠 수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재밌게 보내고 싶었다.
첫날은 겉돌(콘서트장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서 노는 것)을 하며 놀다가 콘서트장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다 같이 콘서트장에서 놀다가 본 공연을 보기로 계획을 짰다.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하필 출발 전날 밤에 찾아온 감기 기운
그런데 출발 전날 밤부터 몸에 으슬으슬하게 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제발 아프면 안 된다고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면서 감기약을 챙겨 먹은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컨디션이 그럭저럭 버틸 만한 것 같아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상비약을 챙겨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겉돌 첫날, 몸 상태가 서서히 나빠짐
콘서트장에서 친구들을 만나 돗자리를 펴고 앉아 굿즈 나눔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서 괜찮았는데, 하필 4월 초라 그런지 찬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꽤 쌀쌀했다.
오후 2시쯤 되어 슬슬 친구 집으로 이동하려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친구 집에 도착했을 때는 목이 완전히 잠겨버렸고, 코까지 꽉 막혀서 냄새도 못 맡을 지경이었다. 기침도 점점 심해졌다. 평소 걸리던 감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에, 이게 단순한 몸살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콘서트 당일, 최악으로 치닫는 컨디션과 오한
감기약을 계속 먹으며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다음 날 본 공연 당일이 되었고, 아직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약을 꼬박꼬박 삼키며 다시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어제와 똑같이 날씨가 너무 쌀쌀했고 심지어 전날보다 바람이 훨씬 더 심하게 불었다. 날씨는 날씨대로 최악이었고 내 몸은 몸대로 상태가 점점 바닥을 쳤다. 목소리는 이제 아예 나오지 않았고 몸이 추워서 계속 덜덜 떨렸다. 쌀쌀한 봄바람 때문이라기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극심한 오한이었다.
공연 중 열이 오르며 주저앉음
최악의 몸 상태를 이끌고 겨우 콘서트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콘서트가 시작하자마자 머리가 뜨거워지며 열이 확 오르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콘서트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서서 버텼지만, 끝내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어서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른 팬들은 다 신나게 일어나서 응원봉을 흔들고 떼창을 하는데, 나만 홀로 앉아 전광판도 제대로 못 본 체 어지러움과 쏟아지는 잠과 사투를 벌였다. 평소에 이렇게까지 아픈 적이 별로 없었는데, 왜 하필 기다리던 콘서트 날 몸이 이 모양인지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하나 웃겼던 순간이 있었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 시간이 되었는데, 하필이면 내 최애 멤버가 옷을 정말 난해하게 입고 등장한 것이다. 나름 멋져 보이고 싶었는지 컴컴한 야밤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나온 모습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파서 축 처져 있던 와중에도 그 해괴한 패션에 분노 아닌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신기하게도 그 번쩍 드는 정신과 힘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지막 앙코르 타임에 쏟아진 폭우와 천둥번개
그렇게 솔로 무대들이 끝나고 대망의 앙코르 타임이 시작됐는데, 그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흩뿌리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더니 결국 하늘 구멍이 뚫린 듯 폭우로 변했다. 비 예보가 있긴 했지만 온종일 날이 쨍쨍했고 후반부까지 비가 안 와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니 당황스러웠다.
급하게 주최 측에서 나눠준 우비를 꺼내 입고 서있는데, 이번엔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콘서트장 뒤쪽으로 벼락이 쾅 떨어지는 것까지 보였다. 야외 공연장이었던 터라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다 맞았고, 옷과 몸은 물론 바닥에 내려놓았던 소중한 가방과 굿즈들까지 전부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폭우 속 터진 감동의 재계약 발표
정말이지 최악의 상황들이 도미노처럼 겹치자 진심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엄청난 반전 소식을 전했다. 내가 덕질 중인 이 그룹은 이미 연차가 10년이 넘은 아이돌이다. 앞서 재계약을 한 번 진행했었고,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는 중이라 팬들 모두 은근히 불안해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멤버들이 소감을 발표하던 도중, 리더가 마이크를 잡고 마지막으로 멘트를 마무리하면서 기습적으로 '전원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콘서트장은 순식간에 충격과 감동이 뒤섞인 환호성으로 뒤집어졌다. 몸 상태는 최악이었고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최고로 요동쳤던 순간이었다.
지옥 같던 몸살의 끝
모든 공연이 끝나고, 다행히 친구 아버지의 차를 얻어 타고 편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온을 재보니 무려 38도였다. 완전히 뻗어버린 몸살 상태로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열이 씻은 듯이 내려가 있었다.
콘서트 전 숙지해야 할 점
- 콘서트 직전 컨디션 관리는 필수: 비싼 티켓값 내고 보러 가는데 몸이 아프면 최애를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억울함만 남는다. 콘서트 전에는 무리하지 말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자.
- 야외 공연장 기상 악화 대비 태세: 낮에 아무리 해가 쨍쨍해도 야외 공연장 앙코르 때는 날씨가 급변할 수 있다. 우천 예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튼튼한 개인 우비나 비닐봉지(가방 방수용) 몇 장은 가방에 꼭 챙겨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