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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부 사진

 

콘서트 다니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지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놀람과 웃김이 공존했던 경험인데, 지난 유닛 콘서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참 콘서트 시작 전부터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 하루였다.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배차 간격의 변수

일단 콘서트장이 도심에 있는 곳이 아니라 도시 외곽 쪽에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환승도 많이 해야 하고, 인천대교를 건너고 나서도 또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겨우 도착하는 곳이었다.

근데 하필이면 그 버스가 배차 간격이 1시간 간격인 버스였던 것이다. 대교를 건너 환승역에 내려서 현재 배차 시간을 확인해 보니, 타려했던 버스가 방금 지나갔는지 다음 버스는 1시간 뒤에 온다고 적혀 있었다. 이건 정말 예상 못한 변수였다.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1시간 뒤에 오는 버스를 타면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도착할 게 뻔했다. 결국 발을 동동 구르다가 택시를 잡아서 들어가기로 했다.

친구들과 자리 잡고 놀던 공연장 쉼터

택시비를 무려 12,000원이나 내고 겨우 콘서트장에 도착했다. 공연장 내부를 보니 생각보다 어두웠고, 공연 전용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그런지 훨씬 분위기가 좋았다.

한국은 돔 공연장이 많지 않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팬들이 많은 아이돌들은 수용 인원이 많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런 전문 공연장 분위기는 처음이라 무척 신기했다. 실내라서 시원하고 쾌적했고, 생각보다 인파가 그리 몰리지는 않았다.

서둘러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쉼터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자리는 원래 사람들이 쉴 수 있게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고, 양옆으로는 통행할 수 있는 계단이 따로 있었다. 한참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놀고 있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쪽으로 향했다.

갑자기 끼어든 대형 시큐의 고함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이 공연장에서 다 같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 만나러 온 언니들, 계단으로 이동하는 사람, 나눔 받으러 온 사람들이 겹쳐서 사람이 정말 많았다.

원래는 이동하는 통로에 서 있으면 안 되지만, 그래도 다들 최대한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쉼터 쪽에 바짝 붙어서 한 줄로 서 있었기 때문에 통행이 막히거나 하진 않았다. 계단 자체가 그렇게 넓지 않아서 질서만 잘 지키면 충분히 천천히 이동할 수 있는 정도였다. 나도 내 친구도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천천히 질서를 지키며 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덩치 큰 남자 시큐 한 명이 언니들 사이를 밀치고 계단을 내려오더니 우리 앞에 딱 섰다. 그러고는 붙어서 있던 언니들한테 대뜸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동하세요! 움직이세요! 멈춰있지 마세요!"

근데 정작 본인이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통로가 더 좁아지면서 줄이 더 늘어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듯 혼자 그 자리에 꿋꿋이 서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안 그래도 계속 팬들한테 소리 지르는 게 거슬렸는데 비키지도 않고 길을 막으니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상황이 몇 분째 반복되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 본인이 제일 문제면서 뭐라는 거야."

표독스러운 눈빛, 목숨 건 화장실 전력 질주

말이 튀어나온 순간, 친구도 놀라고 나도 놀라서 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주변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것 같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아니나 다를까 그 시큐가 정말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소한 걸로 시큐랑 마찰이 생겨서 결국 복장 체크(드레스코드)를 당해 입장 불가 처리됐다는 다른 팬의 글이었다. 결국 그 팬은 근처 매장에서 급하게 옷을 사서 갈아입고 겨우 입장했다고 했었다.

그 생각이 나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여기서 잡히면 오늘 콘서트 못 본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바로 친구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벗어나 화장실까지 전력 질주로 도망쳤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시큐를 피해 다니며 어떻게든 마주치지 않으려고 주위를 살피며 자리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그 이후로 그 시큐는 보이지 않았고, 입장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무사히 입장해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다.

 

번외로 공연장이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라 집에 12시 넘어서 들어갔다. 그날 하루 동안 배차 사고에 택시비 지출, 시큐한테 쫄아서 도망까지, 콘서트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체력을 반쯤 써버린 기분이었다.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날 있었던 일들 하나하나가 다 웃긴 추억으로 남아있다. 콘서트 직관이라는 게 늘 예상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몸소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