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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살면서 사기를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랬다.
사기 이야기는 늘 남 일 같았다
콘서트 공지가 올라오고 티켓팅이 시작되면 항상 같이 들려오는 말이 있다. 바로 '티켓 사기'다. 대부분 비슷한 수법에 당하고,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 넘게 사기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항상 티켓 사기 피해 글을 볼 때마다 어떻게 100만 원이 넘는 돈을 허무하게 사기당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는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원래 본인이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나 역시 당하기 전까진 그랬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사기를 당했는지,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교묘한 수법과 이를 예방하는 법을 풀어보려고 한다.
티켓팅 실패로 급해진 마음
그때 나는 한 유닛 콘서트의 티켓팅을 하던 중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예매 티켓팅을 실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에도 성공할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대기 순서 3만 번대가 떴는데, 평소 공연하던 곳보다 좌석 수가 훨씬 적은 공연장이어서 자리가 금방 동나버렸다.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기에 충격이 굉장히 컸다. 인기 멤버 두 명이 뭉친 유닛이었기에 팬들과 업자들이 모두 몰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반 예매가 아직 남아있었지만, 선예매 실패의 충격 탓인지 일반 예매마저 실패할 것 같은 불안감이 계속해서 엄습했다.
급한 마음에 눈에 들어온 양도 글
마음이 급박해진 나는 서둘러 X(구 트위터)에서 티켓 양도를 검색했다. 수많은 글 중에서 하나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려 VIP 구역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이었다. 가격도 프리미엄이 그리 높지 않게 붙어있었다. 혹시 사기일까 싶어 의심스러운 마음에 해당 계정에 들어가 예전에 쓴 글 내역들을 샅샅이 찾아보았다.
팔로워가 3,000명 정도 되는 제법 큰 계정이었고, 다른 아이돌이긴 했지만 오랫동안 덕질을 해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기 계좌 등록 사이트인 '더치트'에 계좌 검색도 해봤지만 아무런 이력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한 판단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흔적들을 보고 당연히 덕질하는 팬이 개인 사정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라 믿어버렸다. 지금 와서 곱씹어 보면 이상한 지점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오직 표를 구하고 싶다는 간절함에 눈이 멀어 제대로 의심하지 못했다.
입금, 그리고 걸려온 이상한 유도 전화
글이 올린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에 표가 빨리 매진될까 두려웠던 나는 판매자에게 빠르게 DM을 보냈다. 칼같이 답장이 왔고, 구매 의사를 밝히자 판매자는 입금을 확인하는 대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돌려 아옮(아이디 옮기기)을 진행해 주겠다고 했다. 입금 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길래, 나는 순진하게 알겠다고 한 뒤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입금한 지 3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판매자에게 연락이 왔다. 결제 시스템 오류로 인해 방금 입금받은 돈이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잠겨버려서 아이디 옮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재입금을 해주면 그 돈으로 아옮을 먼저 진행한 뒤, 시스템 잠금이 풀리는 대로 기존에 받았던 원금을 바로 돌려주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한 치의 의심 없이 재입금을 하려 했다. 하지만 하필 통장 잔고가 비어있어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하나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며 돈 빌릴 곳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머릿속에 기시감이 들었다.
등골이 싸해지며 뒤늦게 알아챈 사기
나야 학생이라 돈이 없다 치지만, 판매자는 분명 성인일 텐데 시스템 오류로 원금이 묶인 거라면 본인 돈으로 먼저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시스템 잠금이 풀렸을 때 그 돈을 본인이 회수하면 되는데, 굳이 구매자인 나에게 다시 수십만 원을 입금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애써 "설마 사기겠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며 급히 인터넷에 '티켓 재입금 사기'를 검색했다. 그리고 한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판매자가 내게 결제 오류라며 보내준 캡처 화면과 완전히 똑같은 도용 사진이 그 블로그에 그대로 박혀있었다. 그제야 내가 정말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고 손이 벌벌 떨렸다.
되찾으려 애썼지만 냉혹했던 현실
학생인 나에게 그 돈은 너무나도 피 같은 큰돈이었기에, 어떻게든 돈을 돌려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사기꾼에게 성급히 따졌다가 계정을 탈퇴하고 도망치면 끝장이었기에, 일단 사기꾼의 비위를 맞추며 내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를 시작했다. 곧바로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해 사기당한 계좌인데 입금 취소나 송금 반환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안타깝게도 본인들이 강제로 해줄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며, 서둘러 경찰에 신고하라는 안내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경찰 신고, 그리고 허무함만 남은 8개월 뒤
너무나 화가 나고 억울해서 눈물을 삼키며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 사이버수사대에 사건을 접수하고 대화 내역, 입금 내역, 사기꾼의 계정 캡처 등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을 전부 인쇄해 제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수사에는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티켓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계좌나 연락처는 대부분 대포통장과 대포폰이라 실제로 검거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저 몇 달 주기로 '수사 담당 형사가 변경되었다'는 자동 문자만 날아올 뿐, 범인을 잡았다는 기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신고한 지 8개월쯤 지났을 무렵, 경찰서로부터 우편물 한 통이 날아왔다. 봉투를 열어보니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수사 종결(중지)' 통지서였다.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범인을 잡지도 못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할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통지서에 적힌 '증거 불충분'이라는 네 글자가 내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나는 피해자로서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이체 내역과 대화 캡처 등 모든 증거를 샅샅이 모아 제출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일주일도 아니고 무려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끌고 나서 내린 결론이 증거가 부족해 수사를 못 한다는 것이라니, 허탈함과 어이가 동시에 밀려왔다. 결국 범인은 잡지 못했고 내 돈은 그렇게 날아가게 되었다.
🚨 티켓 양도 거래 시 이것만은 꼭 주의하자
많은 팬이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 X(트위터) 등에서 양도 글을 검색하곤 한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아래 주의사항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 상식 밖의 꿀자리에 현혹되지 말 것: 트위터에 올라오는 시세보다 저렴하고 좋은 자리들은 99% 사기다.
- 계정의 활성화 상태에 속지 말 것: 계정에 팔로워가 몇천 명씩 있고 과거 아이돌 덕질 이력이 화려하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사기꾼들은 일반 유저들의 기존 계정을 돈 주고 통째로 사서 사기에 악용한다.
- '아옮(아이디 옮기기)' 언급은 무조건 거를 것: 현재 주요 예매처들의 아옮은 시스템적으로 막힌 지 오래됐다. 무슨 특수 프로그램을 써서 아옮을 해준다는 감언이설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 가장 안전한 양도 방법: 중고 나라, 번개장터뿐만 아니라 전문 티켓 거래 플랫폼마저 사기꾼들이 판을 친다. 티켓 양도는 웬만하면 정말 믿을 수 있는 지인이나 친구에게 받거나, 같은 아이돌을 덕질하며 현장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검증된 팬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